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충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조원철 법제처장이 대법원장의 제청은 대통령에게 특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제하는 권한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다.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 의사를 갖지 않았다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헌법 제104조 2항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해 “일종의 추천이나 제안의 의미”라고 말했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을 대법관 임명 절차로 명시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지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조 처장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대통령이 구속돼 제청된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헌법 해석은 우리나라 어느 누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대법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논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는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제청을 요구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조 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아 대법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대법원 구성이나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은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재제청 요구의 법적 근거를 묻자 조 처장은 “논리적인 해석상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라고 답했다. 헌법에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권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에게 최종 임명권이 부여된 만큼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조 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의사가 없는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을 임명하고자 하기 때문에 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하는 것”이라며 “임명 의사가 없는 것이 확실한데도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과 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이 후보자 제청이나 임명 절차를 거부할 경우 이를 조정할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장 제청권의 실질적인 범위와 대통령 임명권의 한계에 관한 해석이 맞서는 가운데 대법관 공석을 해소할 정치적·헌법적 절충점을 찾는 일이 남게 됐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