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설렘이 있지만, 사람을 떠나보내는 데에는 수많은 밤과 아픔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 하루의 일부가 되었고, 평범했던 일상 속에 웃음과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함께 마셨던 커피 한 잔, 아무렇지 않게 나누었던 대화,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 짓던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평범한 순간들이 훗날 이렇게 가슴 시린 그리움으로 남게 될 줄은.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좋은 기억을 먼저 떠올리고, 아팠던 순간이 많았으면서도 행복했던 날들을 더 오래 붙잡는다.
잊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문득 익숙한 이름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다.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끝났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떠났다고 해서 마음까지 함께 떠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나는 한동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서로에게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우리의 마지막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수많은 후회가 밤마다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인연이란 한 사람의 간절함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아무리 깊이 사랑했더라도 끝내 서로의 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은 괜찮은 척 웃었고, 때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혼자 남겨진 밤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눈물이었다.
나이가 들면 이별에도 익숙해질 줄 알았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을 보내는 일쯤은 조금 담담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인연은 더욱 귀해지고, 한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일도,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도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이제는 미움보다 이해를 남기고 싶다.
원망보다 고마움을 기억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모두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 전체가 아픔만으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한때는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었고,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했으며, 같은 시간을 걸었던 인연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만남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이제 나는 조용히 작별 인사를 건네려 한다.
잘 지내기를.
내가 곁에 없어도 아프지 않기를.
때로 삶이 힘겨워지더라도 당신의 하루에 작은 웃음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지난날을 떠올리는 순간이 온다면, 아팠던 기억보다는 서로에게 따뜻했던 순간 하나만 기억해 주기를.
나 역시 그렇게 하려 한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시 붙잡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내려 한다.
어쩌면 진정한 작별이란 상대를 완전히 잊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을 떠올려도 더는 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마음은 조금 아프다.
아직은 그리움이 남아 있고, 못다 한 말들도 가슴 한편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아픔마저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사랑했던 시간을 부정하지 않고, 상처받았던 나 자신도 미워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참 많이 아팠던 내 마음을 이제는 내가 따뜻하게 안아주려 한다.
안녕.
이 짧은 두 글자를 건네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당신을 향한 마지막 인사이면서, 아픔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나 자신에게 건네는 새로운 시작의 인사이기도 하다.
부디 행복하기를.
서로 다른 길 위에서, 서로의 계절을 살아가며.
그렇게 우리의 인연을, 미움이 아닌 고마움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이명기 | 시와 수필, 마음을 걷다
“이별은 사랑했던 시간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아픈 기억까지 품고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