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문득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다가서지 못하고, 새로운 인연 앞에서 설레면서도 지난날의 상처가 두려워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느 날 밤 조용히 찾아오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흔들리기도 한다.
도대체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젊은 날에는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하면 나 또한 행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며, 진심을 다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마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때로는 붙잡는 것보다 놓아주는 일이 더 큰 사랑이고, 기다리는 것보다 돌아서는 일이 나 자신을 지키는 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잠시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오랜 세월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애써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매는 사랑이란 뜨거운 설렘보다 그런 따뜻한 평온함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원하는 것은 달라진다.
화려한 약속보다 변함없는 안부가 좋고, 달콤한 말보다 진심 어린 행동이 소중해진다.
누군가의 인생에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람과 남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외로움 때문에 서둘러 마음의 문을 열 필요는 없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때로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돌아보라는 삶의 속삭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아, 어디로 가려 하느냐.
지난 상처에 머물러 있느냐.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을 기다리고 있느냐. 아니면 새로운 인연 앞에서 조용히 설레고 있느냐.
어느 길이든 괜찮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받기 위해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 것.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내 존엄과 평온을 포기하지 말 것.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여리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좋다. 잠시 혼자 걷더라도 괜찮다.
마음이 가야 할 곳은 나를 애타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곳이어야 한다.
오늘 밤,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마음, 어디로 가야 하나.”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내 마음이 향해야 할 곳은 아픔을 견디는 자리가 아니라, 남은 인생을 함께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의 곁이라는 것을.
그런 인연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오늘만큼은 내 마음을 내가 먼저 안아주고 싶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늦게 배우는 사랑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명기 | 한국미디어일보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