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해 온 서울 잠실야구장이 44년간 이어진 정규시즌 일정을 마쳤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2일 잠실야구장에서 2026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며 기존 구장과의 작별을 알렸다.
이날 마지막 시구는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부터 팀을 지휘한 김인식 전 감독이 맡았다. 김 전 감독은 김원형 두산 감독의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 관중에게 인사한 뒤 포수 양의지를 향해 공을 던졌다.
김 전 감독은 "이렇게 잠실구장에 오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떠올렸다. 이어 두산이 2001년처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기를 바란다며 후배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OB와 두산을 이끌었다.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으며, 1995년에는 잠실 연고 구단 최초로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시구를 마친 김 전 감독은 롯데 더그아웃에서 나온 김태형 감독과 포옹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2015년과 2016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인물이다. 잠실구장에서 두산의 우승 역사를 만든 두 지도자가 기존 구장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1982년 7월 15일 문을 연 잠실야구장은 같은 해 8월 MBC 청룡과 롯데의 경기로 프로야구 시대를 시작했다. 두산의 전신인 OB는 1986년부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고, LG 트윈스와 함께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왔다.
잠실구장에서는 고 최동원의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을 비롯해 수많은 우승과 명승부가 펼쳐졌다. 넓은 외야와 높은 펜스로 대표되는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도 꼽혔으며, 국가대표 경기와 국제대회가 열리는 한국 야구의 중심 무대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을 찾은 관중은 2만3750석을 모두 채웠다. 두산은 올 시즌 33번째 매진을 기록했고, 시즌 누적 관중 150만7522명으로 구단 역사상 처음 단일 시즌 150만 관중을 넘어섰다. 경기 후에는 구단을 대표했던 선수들이 참여한 잠실야구장 은퇴식도 진행됐다.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 남아 있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소화한 뒤 철거 절차에 들어간다. 기존 구장 자리에는 3만석 규모의 돔구장이 조성되며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두산과 LG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44년 동안 선수와 팬의 기억을 쌓아온 기존 잠실야구장은 역사 속으로 물러나지만 잠실의 야구는 임시구장을 거쳐 새 돔구장으로 이어진다. 관중 수용 규모와 교통 대책, 두 구단의 공동 사용 방안 등은 새 야구장 건립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