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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시) 서복전시관에서 소원을 빌다

최예원 선임기자 | 입력 26-10-16 17:48



— 건강, 행복,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기도 —

이명기 | 감성시

​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소중해지는 나이,

푸른 하늘이 내려앉은

서복전시관의 고요한 뜰에서

나는 조용히 세 가지 소원을 빌었다.

젊은 날에는

더 많은 것을 갖게 해달라고,

더 높은 곳에 오르게 해달라고

하늘을 향해 기도했지만,

세월의 강을 건너온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참으로 소박한 것들이었다.

​



첫 번째 소원은 건강이었다.

아프지 않은 하루가

얼마나 눈부신 축복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침이면 창가에 햇살이 들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평범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

부디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아프지 않기를.

그들의 웃음이

세월 속에서도 시들지 않기를.

​

두 번째 소원은 행복이었다.

한때는 행복이

아주 먼 곳에 있는 줄 알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을 좇으며

정작 곁에 머물던

작은 기쁨들을 지나쳐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

저녁노을 아래 함께 걷는 길.

그 평범한 순간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는 것을.

행복이란

많이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풍경이었다.

​

세 번째 소원은 사랑이었다.

살아보니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었고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도 사랑이었다.

어떤 인연은

봄날의 꽃처럼 잠시 피었다 지고,

어떤 사랑은

가을바람에 흩어진 낙엽처럼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러나

떠나간 자리에도 그리움은 남았고

그리움이 머문 자리에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함께하는 것만이 아니라

멀리 있어도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늦게서야 배웠다.

이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아끼지 않고 표현하리라.

고맙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내일로 미루지 않으리라.

​

서복전시관의 오래된 소나무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바다는 말없이 빛나고

하늘은 아무런 대답 없이

내 작은 기도를 품어주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인생의 소원이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욕심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오래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늘을 향해 기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아픔보다 웃음이 많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외로운 마음마다 따뜻한 인연이 머물기를.

그리고

내게 허락된 남은 시간만큼은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외로움을 안아주며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

​

언젠가

내 삶의 마지막 노을이 지는 날,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후회보다 감사가 많았다고,

눈물보다 사랑이 깊었다고,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기를.

참 많이 사랑했고,

참 많이 그리워했고,

참 따뜻하게 살았노라고.

그리고 내 삶에 머물렀던

모든 인연이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

그렇게

마지막까지 사랑을 품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오늘, 서복전시관에서

나는 다시 소원을 빌었다.

나를 위한 소원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고도 간절한 기도를.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고,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살아가기를.

​

이명기

한국미디어일보 편집국장·논설위원·대기자

감성 문학 연재 《시와 수필, 마음을 걷다》

삶의 길목에서 마주한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희망을 시와 수필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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