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가로막고 탑승자들을 위협한 외국인 일당 가운데 1명이 사건 발생 약 석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식별이 어려웠던 차량 번호판을 복원하고 외국인 중고차 거래 게시물을 추적한 과학수사가 피의자 검거로 이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과 이천경찰서는 특수협박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카자흐스탄 국적의 일용직 노동자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는 같은 국적의 지인 B씨와 함께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40분께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의 한 도로에서 30대 남성과 동승자가 탄 승용차를 뒤쫓아가 가로막은 뒤 차량 앞부분을 발로 차는 등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상황은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겼다. 영상에는 다른 차량이 방향을 바꿔 피해 차량을 뒤따라온 뒤 앞을 가로막고, 탑승자 2명이 차에서 내려 다가가는 모습이 찍혔다. 피해 차량 운전자는 위협을 느껴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상대 차량의 동승자가 손에 흉기로 보이는 물체를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해당 물체가 실제 흉기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재까지 밝힌 적용 혐의에도 흉기 사용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는 용의 차량 번호판이 선명하게 촬영되지 않아 한동안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육안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에서도 번호를 식별하지 못했고, 사건은 지난달 중순 관리 미제로 분류됐다.
사건 영상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지난달 21일 합동 추적팀을 꾸리고 수사를 재개했다.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는 블랙박스 영상을 정밀 분석해 번호판 숫자 일부를 복원했다.
경찰은 복원된 번호와 차종을 조합해 후보 차량을 좁힌 뒤 탐문을 벌여 차량 번호를 특정했다. 이어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차량 거래에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추적해 해당 차량의 판매 게시물과 연락처를 확보했다.
연락처 실사용자의 생활권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흘 동안 동선을 추적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8시 25분께 경기 안성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지인들과 식사하던 중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차량도 압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외국인에게 차량을 판매하려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돌아가던 중 피해 차량을 거래 상대방의 차로 착각해 뒤쫓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과 원한 관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함께 범행한 혐의를 받는 B씨는 별도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적발돼 지난 13일 이미 강제 추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추가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B씨에 대해서는 적색수배를 비롯한 국제사법공조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