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진석 소방위의 숭고한 희생…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헌신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을 먹고,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그런 일상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평범한 하루가 마지막이 됐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때,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온다. 하지만 소방관은 다르다. 모두가 빠져나오는 그곳을 향해 오히려 달려 들어간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 하나로 위험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김진석 소방위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종종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는 한 인간의 삶이 있다.
그에게도 소중한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 것이며, 퇴근 후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일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일상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됐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는 그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화염의 뜨거움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그 순간의 두려움도, 책임감도, 삶을 향한 간절함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현장에 있었고, 끝내 그 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계급 특별승진 조치를 하고,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마땅한 예우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훈장 하나로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가. 특진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가.
물론 국가적 예우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추모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시작돼야 한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한 화재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이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한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에 국가가 답하는 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영웅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국화를 놓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이름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영웅의 죽음 앞에서 감동하고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웅이 더 이상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김진석 소방위.
그가 입었던 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의 생명 앞에서 자신의 안전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했던 한 소방관의 사명이었다.
그 제복의 무게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소방관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일 그들이 부디 오늘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의 생명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김진석 소방위의 희생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이자, 결코 미뤄서는 안 될 과제다.
고인의 영정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
당신이 지키려 했던 세상의 내일을 이제는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남긴 헌신을 기억하고, 당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故 김진석 소방위님.
당신의 마지막 출동을 대한민국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더 이상 출동 사이렌도, 뜨거운 불길도 없는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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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기
한국미디어일보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