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연예 라이프ㆍ문화 사설ㆍ문학ㆍ오피니언 의료ㆍ건강칼럼
 

 

사설) 그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그의 이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10-17 23:34



故 김진석 소방위의 숭고한 희생…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헌신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을 먹고,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그런 일상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평범한 하루가 마지막이 됐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때,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온다. 하지만 소방관은 다르다. 모두가 빠져나오는 그곳을 향해 오히려 달려 들어간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 하나로 위험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김진석 소방위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종종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는 한 인간의 삶이 있다.

그에게도 소중한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 것이며, 퇴근 후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일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일상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됐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는 그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화염의 뜨거움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그 순간의 두려움도, 책임감도, 삶을 향한 간절함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현장에 있었고, 끝내 그 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계급 특별승진 조치를 하고,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마땅한 예우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훈장 하나로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가. 특진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가.

물론 국가적 예우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추모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시작돼야 한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한 화재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이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한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에 국가가 답하는 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영웅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국화를 놓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이름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영웅의 죽음 앞에서 감동하고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웅이 더 이상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김진석 소방위.

그가 입었던 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의 생명 앞에서 자신의 안전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했던 한 소방관의 사명이었다.

그 제복의 무게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소방관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일 그들이 부디 오늘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의 생명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김진석 소방위의 희생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이자, 결코 미뤄서는 안 될 과제다.

고인의 영정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

당신이 지키려 했던 세상의 내일을 이제는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남긴 헌신을 기억하고, 당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故 김진석 소방위님.

당신의 마지막 출동을 대한민국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더 이상 출동 사이렌도, 뜨거운 불길도 없는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이명기
한국미디어일보 논설위원(대기자).
 
Copyrightⓒ한국미디어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음기사글이 없습니다.
사설)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다는 것…이별에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칼럼/사설 기사목록 보기
 
최신 뉴스
직원 1000명 이상 기업 근속연수 1위는 KG모빌..
“육군은 이렇게 움직인다” 작전사령부부터 군단·사..
“피로·탈모·손발 저림이 비타민 부족?” 증상만..
사설) 그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그의 이..
이 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애도…“안전대책..
경찰, ‘인천 흉기 난동’ 최충락 자택 압수수색…사..
속보) 이태원 참사 4주기 앞둔 유가족 “진상규명..
재판 중단·이진숙 제척·유담 임용…국감 곳곳서 ..
테슬라 로드스터 공중회전까지…머스크 “2028년 생..
부천 공장 불길 뛰어든 40대 소방관, 치료 중 끝..
 
최신 인기뉴스
미 물가·AI 거품 우려에 코스피 5.6% 급락…..
조원철, 조희대에 직격탄…“대법관 재제청 거부, 헌..
김민석 “조희대 탄핵 포함 모든 경로 논의 시작”…..
속보) 김지용 중수청장, 전담팀 신속 구성 지시…중..
“뇌 건강은 생활습관부터” 치매 위험 낮추는 수면..
부고 문자 눌렀다가 3000만원 빚…법원 “금융사 ..
특검, 서귀포선관위 압수수색…전국 30곳 ‘투표자 ..
대치동 월세 500만원부터 한강뷰 렌트까지…자가 대..
조인성·김기방부터 정우성·이정재까지…연예계 ‘장..
성균관대는 삼성, 인하대는 한진, 아주대는 대우…기..
 
신문사 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대표 : 백소영, 편집국장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전국지국장
copyright(c)2026 한국미디어일보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