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부족 신호 10가지’ 맹신 금물…피로·탈모·저림은 원인부터 확인해야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손발이 저리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을 특정 비타민과 곧바로 연결하는 건강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증상은 실제 영양소 결핍 때 나타날 수 있지만, 증상 하나만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판단해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면역 기능과 신경 전달, 뼈 형성, 에너지 대사 등에 관여한다. 그러나 피로와 탈모, 피부 건조, 근육 경련, 기억력 저하 등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부터 빈혈,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경계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같은 증상이 여러 영양소 결핍에서 겹쳐 나타날 수도 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현상을 비타민C 부족으로 단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타민C는 면역 기능 유지에 필요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원은 일반인이 비타민C 보충제를 복용해도 감기에 걸릴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심한 비타민C 결핍은 피로와 잇몸 출혈, 상처 회복 지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손발 저림은 비타민B12 결핍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빈혈과 피로, 창백한 피부뿐 아니라 손발의 감각 저하와 저림, 균형 이상, 기억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목·허리 디스크, 혈액순환 장애도 비슷한 증상을 만들기 때문에 검사를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
탈모는 아연 결핍과 관련될 수 있다. 아연이 부족한 어린이와 성인에게 탈모, 잦은 감염, 미각·후각 저하, 상처 회복 지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탈모는 철분 부족과 호르몬 변화, 갑상선 질환, 유전적 요인, 급격한 체중 감소로도 발생하므로 아연 부족의 고유한 신호는 아니다.
눈이 쉽게 피로하다는 이유로 비타민A 결핍을 의심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비타민A 결핍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두운 곳에서 잘 보지 못하는 야맹증과 안구건조증이다. 일상적인 눈의 피로는 장시간 화면 사용이나 안구건조, 시력 이상 등과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입술이나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을 비타민D 부족으로 연결하는 정보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비타민D 결핍은 성인에게 뼈 통증과 근육 약화, 골연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입과 혀의 통증은 비타민B12 결핍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철분이나 엽산 부족, 구강질환 등도 원인이 된다.
근육 경련은 심한 마그네슘 결핍 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운동 과다와 탈수, 전해질 불균형, 신경 또는 혈관 질환, 일부 약물도 경련을 일으킨다. 마그네슘 부족은 피로와 무력감, 식욕 저하를 동반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감각 이상과 부정맥,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부 건조를 비타민E 부족, 치아 약화를 칼슘 부족, 기억력 저하를 오메가3 부족으로 각각 단정하는 것 역시 지나친 단순화다. 비타민E 결핍의 대표 증상은 신경·근육 손상과 근력 저하, 시력 문제이며, 칼슘 부족은 장기적으로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위험을 높인다. 오메가3 섭취와 인지기능의 연관성은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기억력 저하만으로 결핍을 판단할 수 없다.
영양소는 다양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며 보충제는 결핍이 확인됐거나 의료진이 필요성을 판단했을 때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A와 D는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 축적돼 간 손상이나 고칼슘혈증, 신장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은 영양제부터 선택하기보다 혈액검사와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