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가운데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기업은 KG모빌리티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금융, 통신, 철강, 석유화학 등 대규모 설비와 숙련 인력이 필요한 업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으로 공시된 기업을 대상으로 평균 근속연수를 비교한 결과, KG모빌리티가 25.3년으로 1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346개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8년, 중앙값은 10.9년으로 집계됐다. KG모빌리티의 근속연수는 조사 대상 평균보다 14년 이상 길었다.
2위는 평균 20.8년을 기록한 기아였다. 기아는 제조 현장에서 장기간 축적되는 생산기술과 숙련도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보여줬다. 다만 기아의 근속연수는 조사 대상과 산출 방식에 따라 20년대 초반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업 부문별·성별 직원 수를 반영해 다시 계산하거나 단순 공시 평균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19.4년으로 3위, KT는 19.3년으로 4위를 기록했다. 금융과 통신은 전문적인 업무 경험과 내부 자격, 장기간 축적한 고객·전산 관리 역량이 중요한 분야다. 정규직 중심의 인력 구조와 비교적 높은 임금 수준도 장기근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카드와 세아베스틸은 각각 19.2년으로 공동 5위권을 형성했다. 신한카드는 직원 2440명의 평균 근속연수가 19.2년, 평균 급여는 성과급을 포함해 1억5427만원으로 공시됐다. 세아베스틸 역시 직원 1527명의 근속연수가 19.2년으로 나타났다.
SK지오센트릭과 한온시스템은 각각 18.6년을 기록했다. 석유화학과 자동차 부품산업은 생산시설 운용과 품질·안전 관리에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장기근속자가 많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HD현대삼호와 SK에너지는 각각 18.5년으로 상위 10개 기업에 포함됐다. HD현대삼호는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4005명, 평균 근속연수 18.5년, 평균 급여 1억3023만원으로 집계됐다. 조선업도 설계와 용접, 생산관리 등 현장 경험이 업무 숙련도와 직접 연결되는 대표적인 장기근속 업종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은 고용 안정성과 조직에 축적된 숙련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면 신규 채용이 적거나 기존 인력의 연령대가 높을 때도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질 수 있어 복지와 조직문화가 우수하다는 뜻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합병·분할 여부와 직원 범위도 수치에 영향을 준다.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의 포함 범위, 남녀 직원 구성, 사업 부문별 근속연수를 합산하는 방식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라도 조사기관의 계산 방식에 따라 평균 근속연수가 달라질 수 있다. CEO스코어도 사업 부문별 또는 성별 근속연수에 해당 직원 수를 반영해 계산한 값은 기업이 공시한 단순 평균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장기근속 기업 순위는 구직자가 참고할 수 있는 고용 지표 중 하나지만, 실제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려면 신규 채용 규모와 퇴사율, 임금 구조, 정규직 비중, 승진 체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평균 근속연수 상위 기업들이 청년 채용과 세대교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는지가 장기적인 고용 경쟁력을 판단할 핵심 쟁점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