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주기를 앞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였다.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과 종교계 추모기도회에 참석했다.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날 열린 “이태원참사 4주기 헌화 및 추모기도회”에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 시민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참사 현장 인근에 조성된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 설치된 추모 게시판 아래 국화꽃을 놓았다. 헌화를 마친 시민들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추모 의식에 참여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추모행사에서 “비통하게 떠나간 160명 희생자의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고 남아있는 유가족들과 생존자분들의 곁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다지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번 추모행사에는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희생자 18명의 유가족 35명이 헌화와 추모기도회에 함께했다. 외국인 유가족들의 정부 공식 초청 방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밀집하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졌고,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희생자 추모와 함께 사고 발생 경위, 관계기관의 사전 안전관리 및 사고 당시 대응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책임, 경찰과 소방의 현장 대응, 대규모 인파 밀집 상황에 대한 예방체계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날 헌화에 이어 종교계의 추모기도회도 진행됐다. 불교와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 종단이 참여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슬람 신자인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참석자들이 한자리에서 추모 의식에 참여했다. 국내 희생자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했다가 목숨을 잃은 외국인 희생자들도 함께 기억하는 자리였다.
참사 현장 인근에 조성된 “기억과 안전의 길”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당시의 사고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참사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져 왔다. 참사 4주기를 맞아 다시 현장을 찾은 참석자들은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추모기도회를 마친 뒤 이태원역에서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행진에 나설 예정이다. 참사 현장에서 출발해 서울 도심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이동하는 일정이다.
서울광장에서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이태원 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 “별들의 빛으로 진실을 향해”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함께 마련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번 추모행사를 앞두고 “진상규명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딛는 유가족과 생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번 4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사 발생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과 관계기관의 책임,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기억이 일회성 추모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진상규명과 안전관리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이태원역 앞에서 시작된 추모행사는 서울광장 시민추모대회로 이어질 예정이다. 참사 4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시민들이 다시 현장에 모인 가운데, 사고 당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어디까지 규명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