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호 태풍 참피가 북상하면서 제주에 강한 비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한라산 일부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260㎜를 넘어섰고, 제주 남쪽 먼바다에는 태풍경보가 내려졌다. 일부 도서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2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한라산 삼각봉에 268.5㎜의 비가 내렸다. 진달래밭 244.0㎜, 성판악 241.0㎜를 기록했으며 중산간 지역인 산천단과 송당에서도 200㎜가 넘는 강수량이 관측됐다.
해안지역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서귀포시 표선에는 215.0㎜, 성산에는 210.9㎜, 제주시 김녕에는 194.5㎜가 내렸다. 제주 동부와 산지, 중산간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집중되면서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산사태 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이 25일 오전 4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참피는 이날 오전 3시 대만 타이베이 북북동쪽 약 400㎞ 해상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중심기압은 990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24m로 분석됐다.
태풍은 이날 오후 3시 서귀포 남남서쪽 약 360㎞ 해상까지 북상한 뒤 26일 오전 3시에는 제주 남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보됐다. 제주에 상륙하기보다는 남쪽 해상을 지나 일본 규슈 방향으로 향하는 경로다.
태풍의 중심이 제주에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비와 바람의 영향은 이어질 수 있다. 태풍 주변에서 유입되는 많은 수증기가 제주와 남해안에 비구름을 형성하고, 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제주 남쪽 바깥먼바다에는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해상 기상 악화로 마라도와 가파도를 연결하는 항로 등에서 여객선 30편의 운항이 통제됐다.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항로 통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섬 지역을 오가는 주민과 관광객은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제주에는 26일 아침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산지와 중산간에서는 120㎜ 이상의 비가 추가로 내리는 곳이 있겠다.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비교적 적은 추가 강수량에도 침수나 토사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남해안에도 비가 이어지겠다. 태풍이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남해안에 수증기가 유입되고, 해안에는 너울성 파도가 밀려올 가능성이 있다.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은 해상 교통뿐 아니라 해안가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방파제와 갯바위, 해안도로 등은 파도가 갑자기 높게 밀려올 수 있어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어선과 양식장 등 해상 시설물에 대한 점검도 요구된다.
태풍 참피는 26일 오후 일본 규슈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알려진 열대저기압으로의 약화와는 구분되는 예보다.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더라도 강한 바람과 비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부지방은 제주와 남부지방에 비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적게 받겠다. 서울 등 수도권은 낮 동안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이겠으나, 지역에 따라 구름이 많아지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이번 태풍은 10월 하순에 한반도 주변 해상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기상청 관측 기록상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가장 늦은 시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최종 기록 여부는 태풍의 실제 이동 경로와 영향 범위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이미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고 해상 교통 통제도 시작됐다. 태풍의 중심이 일본 방향으로 빠져나가더라도 26일 아침까지 추가 강수와 높은 파도가 예상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