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의 추락 사고는 감소했지만 공장 화재와 폭발 등 한 번에 여러 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이어지면서 업종별 안전관리 실태에 차이가 드러났다.
26일 고용노동부의 “2026년 3분기 누적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36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7명보다 91명 감소한 수치다. 감소율은 19.9%에 달한다.
사망사고 발생 건수도 440건에서 342건으로 98건 줄었다. 사고사망자가 300명대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22년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처음이다. 다만 이 수치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를 집계한 것으로, 산업재해와 관련된 모든 사망자를 포함하는 통계와는 구분된다.
전체 감소세를 이끈 업종은 건설업이다. 올해 3분기까지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150명으로 지난해 210명보다 60명 감소했다. 감소율은 28.6%다. 사망사고 건수 역시 148건으로 전년보다 52건 줄었다.
건설업 외 기타 업종에서도 사망자가 감소했다. 지난해 128명이었던 사고사망자는 올해 84명으로 44명 줄어 34.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위생·유사서비스업과 임업,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발주 사업 등에서 감소세가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별로도 변화가 확인됐다.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223명으로 전년보다 52명 감소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43명이 숨져 지난해보다 39명 줄었다.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을 기준으로 규모를 구분했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137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감소했다. 안전관리 인력과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세 사업장에서도 사망사고 감소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9월까지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132명으로 지난해 119명보다 13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10.9%다.
제조업 사망사고 건수는 지난해 115건에서 올해 113건으로 오히려 2건 줄었다. 사고 발생 건수가 감소했는데도 사망자가 늘어난 것은 한 번의 사고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대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다. 당시 공장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숨졌다. 6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8월 동물성유지 제조공장에서도 화재로 3명이 숨졌다. 이들 사고는 제조업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례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반영됐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화재·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26명에서 올해 38명으로 12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46.2%다. 기계나 설비 등에 깔리거나 뒤집히는 사고의 사망자도 30명에서 41명으로 늘었으며, 끼임 사고 사망자는 37명에서 4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추락 사고 사망자는 124명으로 지난해보다 75명 감소했다. 감소율은 37.7%로 주요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부딪힘 사고 사망자도 39명으로 6명 감소했다.
그럼에도 떨어짐과 부딪힘, 끼임 등 이른바 3대 재래식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산업현장 사고가 여전히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사망자 증가도 두드러졌다. 근로자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올해 72명이 숨졌다. 지난해 55명보다 17명 증가해 30.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사망자가 64명에서 60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감소세와 달리 대형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화재와 폭발 등 중대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커진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 사망자는 전체 사고사망자 366명 가운데 48명으로 집계됐다. 비중은 13.1%다. 건설업과 기타 업종에서는 외국인 사망자가 감소했지만 제조업에서는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과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감독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제조업의 화재·폭발 위험요인에 대한 집중점검을 11월 실시할 예정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전문가의 협력을 통한 기술·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안전관리 체계가 취약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반복되는 사고 유형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분명한 변화다. 그러나 제조업에서는 사망사고 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대형 사고로 인명피해가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감소라는 통계와 개별 사업장의 중대재해 위험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11월 제조업 화재·폭발 위험요인 집중점검을 예고한 가운데 대형 공장의 안전설비와 위험작업 관리, 비상대피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