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가 지난 5월 1일 노동절 간담회에서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즉각 "노조 혐오", "외모 비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극우 추적단 '카운터 엑스(X)'가 5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설난영 씨는 5월 1일 국민의힘 포항 북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저 노조의 '노'자도 몰라요. 제가 노조 하게 생겼습니까?"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그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때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라며, 자신은 그와 반대되는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설 씨는 1970년대 말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설 씨의 발언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5월 23일 논평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예쁘고, 부드럽고, 문학적인' 모습과 노조 활동을 대조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하는 여성은 여성다움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세고, 못생기고, 과격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만들며,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나선 여성들은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 없다는 편견을 고착화하는 발언"이라며 여성이 권리를 주장하거나 저항의 주체가 되는 것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의 노조를 과거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세진전자에서 노조위원장을 맡았을 당시를 언급하며 "(당시) 노조라는 건 지금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민노총이다 해가지고 정치색이 짙지만 그 당시의 노조라는 건 아주 단순한 현장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노동 운동이 정치화되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지금의 김문수와 설난영은 한 때 전설적이었던(?) 노동운동가와 너무도 다르다"며 "계엄과 탄핵이라는 준엄한 역사의 물결 위에서 노동운동가 김문수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설난영은 이미 과거일 뿐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5당 단일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연대체인 경남광장 선대본도 5월 24일 논평을 내고 설 씨의 발언이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일 뿐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참 똑같이 닮은 부부다"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앞서 김문수 후보 역시 대통령 선거 유세 첫날인 5월 12일 같은 당의 배현진 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이라고 지칭해 성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부부의 연이은 설화가 선거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