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상가 주차타워 4층에서 택시가 외벽을 뚫고 도로 위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경상에 그쳤고, 다행히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심 속 낡은 주차타워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광주 북부소방서와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어제(11일) 오후 3시 25분경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의 한 8층짜리 상가 건물의 주차타워 4층에서 60대 기사 A씨가 몰던 택시가 외벽을 그대로 들이받고 약 10여 미터 아래 1층 도로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택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찌그러진 채 도로 위에 전복됐고, 주차타워 외벽은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사고 현장은 인근 식당과 상점이 밀집한 상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으나, 천만다행으로 당시 주변을 지나던 행인이나 다른 차량이 없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운전자 A씨는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A씨는 음주나 무면허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A씨는 차량 급발진 등을 주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주차타워 내부에서 차량을 이동시키던 중 운전 미숙이나 전·후진 조작 실수로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주차타워 내외부의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주차타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차량이 주차타워 외벽을 그대로 뚫고 추락하는 사고는 운전자의 과실뿐만 아니라, 추락을 방지해야 할 건물의 구조적 안전 기준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에는 주차장 구조·설비 기준으로 2톤 차량이 시속 20km로 정면충돌할 때 견딜 수 있는 강도의 추락 방지 시설을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이후의 기준으로, 상당수의 낡은 주차타워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외벽이나 난간을 가지고 있어 유사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2차 방어선'으로서 주차타워의 구조적 안전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에 맡긴 결과였던 만큼, 전국의 노후 주차타워에 대한 전수 안전 점검과 구조 보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