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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기업 공급망 인권실사 촉구…‘아시아 선례 될 수 있어’"

박수경 기자 | 입력 25-07-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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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출신 난민 여성이 아랍에미리트 부부에게 고용되어 한국에서 '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사례가 공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2025년 7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이주정책 포럼'에 참석한 오보카타 도모야 유엔 '현대판 노예제' 특별보고관은 한국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인권 침해 실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포럼에서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윤성민 변호사가 발표한 사례는 우간다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아랍에미리트로 탈출했던 한 난민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는 아랍어로 된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간병인으로 고용되었고, 고용주 부부와 함께 한국에 입국하면서부터 끔찍한 착취를 당했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19시간 동안 아픈 아이를 포함한 네 명의 자녀를 돌보고 가사노동까지 떠맡았으며, 고용주는 그에게 '죽이겠다', '밥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고용주 부부가 난민 여성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압수하고, 집안 곳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여 24시간 감시했으며, 외출마저 금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역기를 통해 듣던 오보카타 도모야 유엔 특별보고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보카타 특보는 강제노동, 노동착취, 성착취, 아동노동 등 사회적 약자가 주로 겪는 다양한 형태의 착취를 포괄하는 '현대판 노예제' 문제를 다루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독립 전문가다.

7월 2일 방한한 오보카타 특보는 7월 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 세계 공급망 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적 해법과 한국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①공급망 내 인권 침해를 식별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인권실사' 의무화, ②인권 침해 발생 기업 생산품의 수입 금지, ③공공조달 영역에서 인권 침해 발생 기업과의 계약 금지를 역설했다. 이 중 인권실사의 내용을 담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6월 13일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오보카타 특보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기업·시민사회·학계 등 많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여 기업 공급망 내 인권실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을 도입할 것을 권장한다"며, "한국에서 이 법을 제정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실사는 이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법제화되어 시행 중이다.

국회 토론회 다음 날 이주포럼에 참석한 오보카타 특보는 한국 내 이주민이 겪는 다양한 착취 사례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24년 8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저임금, 임금 체불, 기숙사 통행금지 등 인권 침해를 당했고, 이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연대회의 활동가들을 운영업체가 수소문했다는 이야기에 오보카타 특보의 눈은 크게 뜨였다. 이어 재단법인 동천의 권영실 변호사가 난민 신청자가 골판지 공장에서 일하던 중 단속을 피하다 대형 압축기계에 다리가 끼여 발목이 절단된 사고를 전하자, 오보카타 특보는 손으로 입을 막고 미간을 찌푸리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보카타 특보는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포럼에서 농축산업, 어업, 조선업, 유흥업, 양식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착취 문제를 경청한 뒤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돌아가서 한국 정부와 소통하고,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판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단체의 역할 강화를 강조해왔다. 2024년 7월 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이주노동자 조직화 지원, 난민 취업 지원, 양질의 일자리 증진 노력 등을 통해 현대판 노예제에 취약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노조 활동 방해 등 한국 기업들의 행태는 '노조 차별 금지 및 노동자단체 활동 방해 금지' 등 그가 각국 정부에 권고한 사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불어 오보카타 특보는 노동자단체 구성의 다양성 보장 또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여성 노동자가 돌봄·가사 노동으로 인해 노조 참여 시간과 기회가 줄고 있으며, 이주노동자, 성소수자(LGBTQIA+), 장애인 노동자 등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가진 노동자들이 노동자단체 지도자 직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의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가 주로 비장애인 남성으로 구성되어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중요한 지적이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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