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선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말 EU 수입품 대부분에 3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대서양 양안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그가, 돌연 "유럽과 무역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U와의 무역 협상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EU)은 다른 종류의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들이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는 8월 1일로 예고된 30% 관세 부과를 앞두고 EU 측과 실무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강경 일변도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극도의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한을 통해 EU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8월 1일부터 30%의 전면적인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EU는 즉각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210억 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 목록을 준비하는 등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대비하는 태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EU 역시 실제적인 충돌은 피하고자 노력해왔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단행하는 대신,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자체적인 대응 조치를 8월 1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양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EU의 이러한 유화적 제스처에 화답하는 동시에, 관세 발효 시한을 무기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교역 파트너인 미국과 EU의 갈등은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앞으로 남은 2주간 양측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 무역 전쟁의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혹은 예고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