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팀이 계엄 선포 당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장시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 전 원내대표 간 통화 사실에 이어, 행정부와 당시 여당 지도부 사이의 또 다른 '핫라인'이 드러나면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의 실체에 특검의 칼끝이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계엄 선포 당일 한 전 총리와 추 전 원내대표 간의 통화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저지하기 위해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 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통화 사실은 이날 오전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의 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나 "12월 3일 밤 11시 12분, 추 전 원내대표와 한 전 총리가 7분 이상 통화했다는 자료를 특검이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한 전 총리가 당시 국무위원 전원이 비상계엄을 반대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추 전 원내대표에게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추 전 원내대표 등 당시 여당 지도부가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국회의원들의 국회 복귀를 막고 표결 참여를 저지하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검은 계엄 당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8명을 우선적으로 소환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대신 당사로 모이라'는 문자를 집중적으로 발송한 의원들이나, 국회 내부에 있었음에도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의 행적이 수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조 의원에 이어 오후에는 김예지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은 계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특검은 이날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을 재소환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및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 관여 혐의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한 특정 중요 시점에 주요 인물과 통화한 내역이 포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제3자 내란 방조'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