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 단속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겪은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정부는 조사 결과 부당한 대우가 확인될 경우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복되어 온 한미 간의 구조적인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해,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구금시설 이송 과정 및 시설 내에서 어떤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기업 측이 파악한 내용을 전달받고, 필요시 정부 차원에서도 피해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진술을 청취할 계획이다. 특히 영상 등을 통해 일부 근로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등 비인도적 조치가 있었던 정황이 알려진 만큼,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파악하는 데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조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나 부당 구금 등 명백한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이를 근거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한다면, 정부는 사법적 구제를 위한 가능한 모든 측면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유감을 넘어, 미국 사법체계 안에서 정부 차원의 법률 지원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구조적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 필요한 숙련 기술자들을 파견할 마땅한 비자 프로그램이 없어 단기 상용(B-1) 비자나 무비자(ESTA)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관행이 이번 대규모 단속의 빌미가 된 만큼, 미국 측에 한국인 숙련 기술자를 위한 별도의 비자 쿼터 신설 등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부응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현지에서 발목이 잡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시험하는 또 다른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