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HYBE, 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과정에서 약 1,9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방시혁 의장이 두 번째 경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방 의장의 혐의 입증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으로, 그의 구속 여부를 가를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5일 오전 방시혁 의장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1차 조사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경찰은 방 의장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특정 사모펀드(PE)에 지분 매각을 유도한 정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19년 당시 초기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을 부인하면서도, 실제로는 상장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사모펀드 이스톤PE 측에 지분 매각을 유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후 빅히트가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해당 펀드는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약 1,900억 원 규모의 매각 차익 중 상당 부분이 방 의장에게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2차 소환은 경찰이 확보한 물증과 내부 자료를 토대로 방 의장의 ‘기망 고의성’과 사모펀드와의 사전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상장 추진 정보가 내부적으로 언제, 누구를 통해 공유됐는지와, 방 의장이 해당 정보를 이용해 지분 거래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단순한 부당이득 여부를 넘어, 상장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불법적으로 활용됐는지를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며 “확보된 자료만으로도 상당 부분 입증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건의 또 다른 변수는 **핵심 인물 김중동 전 하이브 CIO(최고투자책임자)**의 잠적이다. 김 전 CIO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하이브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투자 유치와 사모펀드 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상장 직전 이스톤PE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하이브 상장 전후의 지분 거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키맨’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던 지난 6월, 별도의 재산 정리 없이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핵심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방 의장의 구속 여부 판단이 물증 중심 수사 결과에 의존하게 됐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2차 조사를 통해 방 의장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경찰은 확보된 회계자료, 통신내역, 투자사 간 거래계약서 등 구체적 증거를 토대로 기망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이르면 다음 주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 의혹을 넘어 기업 상장 절차의 공정성과 자본시장 투명성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빅히트 상장 이후 상장 심사 절차의 허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말 ‘상장 점검 리스트’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경찰은 방 의장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혐의 입증 여부를 검토 중이며, 향후 검찰 송치 여부를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