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올해보다 7,341억 원 증액된 14조 2,621억 원의 예산을 최종 확보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이어져 온 5,000억 원대의 증액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한 경찰 조직의 비대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경찰은 대폭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신임 순경 채용 정원을 기존 4,800명에서 6,400명으로 확대하며 조직 규모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예산 편성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생 범죄와 초국가 범죄 대응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 대응 예산은 올해 55억 4,000만 원에서 내년 84억 1,000만 원으로 증액되었으며, 마약 수사 예산도 15억 6,000만 원에서 34억 7,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 파견 인력 운영 예산이 21억 7,000만 원에서 46억 3,000만 원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등 최근 급증하는 국제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수사권 지형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현 정권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검찰청 폐지를 결정하면서, 검찰이 보유했던 직접 수사권이 사실상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대거 이첩되고 있다. 내란 등 3대 특검 수사 종료 후 남은 미제 사건은 물론, 통일교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이 현재 경찰의 손에 맡겨져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전국 시도경찰청에 신설된 "중대재해수사팀"은 과거 고용노동부의 영역이었던 산업재해 원인 규명과 기업 비리 수사까지 담당하며 경찰의 사법적 영향력을 산업 전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정보 기능의 복원도 경찰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경찰청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되었던 전국 198개 경찰서의 정보과를 2년 만에 전격 부활시키기로 했다. 새로 설치될 정보과에 배치될 인력만 1,400여 명에 달한다. 경찰은 초국가 범죄 첩보 수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폐지된 국가정보원을 대신해 경찰이 사실상 국내 유일의 막강한 정보기관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비대해진 "공룡 경찰"을 견제할 통제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검찰청 폐지로 인해 과거 검찰이 수행하던 사법적 통제 기능이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를 대체할 독립적인 감독 기구나 법적 장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공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지난 17일 업무 보고에서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며 경찰의 비대화에 따른 통제 부재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실질적인 제도 보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경찰이 수사권과 정보력, 그리고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과 인력까지 모두 거머쥐게 된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화"를 막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 인사 중심의 경찰위원회 권한 강화나 수사 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이 인권 침해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