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그간 주장해온 ‘경고성 일회성 계엄’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 관련 속행 공판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돌아와 “마실 걸 갖고 와라”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은 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윤 전 대통령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가 당분간 가야 할 일정이나 행사를 총리님이 대신 가달라’고 말했다”며 “각 부처에도 몇 가지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일시적·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과 모순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송 장관은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분명히 했다.
송 장관은 당시 대통령실 내 분위기와 각 부처 장관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상황을 물었더니 ‘계엄’이라고 했다”며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한덕수 총리에게 ‘이건 반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고, 한 전 총리도 ‘나도 반대한다’고 작게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전 부총리가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이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다들 몰랐다고 했고, ‘그럼 이 모든 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의논했단 말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검은 “한덕수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앞에서도 반대 의사를 직접 표명했느냐”고 물었고,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 앞에서는 ‘반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번 증언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상황을 단순한 ‘경고성 조치’로 인식했다는 기존 주장을 뒤흔드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분간 행사를 대신 가달라”는 언급은 계엄이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내포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연임 중인 유일한 장관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유지한 그는, 이번 재판에서 당시 내각 내 반대 의견과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를 증언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특검은 송 장관의 증언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명령 의도와 사전 공모 여부를 추가로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