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새도약기금'이 오늘(8일)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보훈대상자 등 사회 취약계층 7만여 명의 장기 연체 채권 1조 1570억 원 상당을 최초로 소각하며 채무 부담 경감의 첫걸음을 뗐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채권 소각 조치가 단순한 부채 탕감을 넘어,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를 촉진하고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는 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채권 소각 기념식에서 "오늘 소각된 채권 중 절반 이상이 무려 20년 이상 장기 연체된 채권이었다"고 밝히며, 이들의 재활 지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소각의 대상자별 규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 6만 6천여 명의 빚 1조 1천억 원, 중증장애인 2천 9백여 명의 빚 440억 원, 그리고 보훈대상자 7백여 명의 빚 130억 원이 우선적으로 소멸 처리되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향후 금융권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예고하며, 채권 소멸시효의 관행적인 연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연체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사실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여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오랫동안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하며, 채권 추심 및 관리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관행은 채무자가 이미 회생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채무 기록을 유지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경제 생활 복귀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적되어 왔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새도약기금을 출범시키면서 7년 이상 연체되고 연체액이 5천만 원 이하인 장기 연체 채권을 일괄적으로 매입하여 소각하거나 채무 조정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총 113만 4천여 명의 채무자에게 16조 4천억 원 규모의 채무 상환 부담을 없애거나 경감해 주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 공식 출범한 새도약기금은 불과 두 달여 만에 협약 금융사들로부터 약 6조 2천억 원 규모의 장기 연체 채권을 사들였다. 채권 매입 후 즉시 추심을 중단하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현재까지 42만 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이 채권 추심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금융당국은 내년까지 협약이 체결된 금융사들로부터 장기 연체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이후 채무자의 재산 및 소득 심사를 거쳐 자력으로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채권은 소각하고, 상환 능력이 일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상환 기간 연장이나 이자율 조정 등의 채무 조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첫 소각은 해당 계획의 이행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이며, 앞으로 남은 취약 채무자들의 경제적 재기 지원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