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해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고가의 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계열인 제주 서귀포 칼 호텔의 최고급 객실인 로얄스위트룸에서 가족과 함께 2박 3일간 투숙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객실은 1박에 70만 원을 상회하는 가격으로 알려져, 식대와 추가 인원 비용을 합산할 경우 전체 숙박 규모가 청탁금지법상 금지 기준인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김 원내대표의 보좌진 A 씨와 대한항공 관계자 사이의 연락 내용이 공개되면서 구체화되었다. A 씨는 당시 대한항공 측에 의원이 보유한 숙박권을 언급하며 예약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의원님께 보고드렸다",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약 완료 메시지에는 '로얄스위트룸 2박 3일'이 명시되었으며, 해당 객실은 조식을 포함해 1박당 약 72만 5천 원 상당의 고가 서비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이 사용한 추가 침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16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항공 산업을 관장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직무 관련성에 따른 대가성 논란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김 원내대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유를 불문하고 처신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공받은 숙박 혜택에 해당하는 비용을 즉각 반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실제 판매가는 조식 포함 1일 30만 원대 초중반 수준"이라며 전체 수수 액수가 법적 기준인 100만 원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질의에도 "해당이 안 될 것"이라고 짧게 답하며 선을 그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인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초호화 숙박을 제공받은 것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구태"라며 사법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 또한 공직자의 윤리 의식 부재를 꼬집으며, 숙박권의 최초 입수 경위와 추가적인 혜택 제공 여부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가의 숙박권을 제공한 경위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고객의 서비스 이용 내역은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가 유력 정치인에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기업 윤리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검 수사와 맞물려 기업 대관 업무의 불투명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정치권 전반의 대관 관행을 뿌리 뽑는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