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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한지 1년 하지만?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5-12-27 10:16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경과했다.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으로 향하던 해당 여객기는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 결함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 끝단 시설물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총 179명의 희생자를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이번 참사는 발생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유가족과 사회의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사고 이후 정부와 관계 기관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안전 기준의 변화와 실질적인 시설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를 통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항철위는 지난 7월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검토하며 기체 엔진의 자체 결함보다는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적 과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조사팀은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손상된 오른쪽 엔진 대신 정상 작동 중이던 왼쪽 엔진을 정지시킨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방향은 사고 책임을 조종사 개인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유가족과 항공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최종 보고서 채택은 무기한 연기됐다. 사고의 근본 원인이 기체 결함인지, 조종사 과실인지, 혹은 공항 시설의 구조적 문제인지에 대한 확정적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보상 절차와 책임 소재 규명 또한 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항철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조사 체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앞둔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부 소속인 항철위는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 조사기구로 격상된다. 이는 조사 과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나, 법 시행과 함께 기존 위원들이 해촉되고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 규명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사 기구의 재편이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동력이 될지, 아니면 행정적 공백을 초래하는 장애물이 될지는 향후 조직 구성의 전문성과 속도에 달려 있다.

사고 당시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 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개선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 끝에 설치된 견고한 로컬라이저 시설물과 충돌하며 기체가 대파되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전국 7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지지대를 충돌 시 쉽게 부러지는 재질(Frangible)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포항경주공항과 광주공항은 교체를 완료했고 김해와 사천공항은 부분적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정작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설계를 마친 상태에서 유족과의 협의를 이유로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시설 개선이 현장의 특수한 상황에 묶여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류충돌 방지 대책 또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지만 실효성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관련 고시를 개정하여 연간 운항 횟수가 적은 공항이라도 조류충돌 발생률이 높은 경우에는 전담 인원을 대폭 증원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전까지 운항 횟수가 적은 지방 공항들이 소수의 인원으로 조류 퇴치 업무를 수행해온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운영 시간과 사고 발생 빈도에 따라 최대 12명의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통계상 조류충돌 건수는 2020년 154건에서 2024년 290건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장소 불명의 사고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퇴치 인원을 늘리는 하드웨어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변화로 인해 철새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가 가변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항 주변 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조류충돌 방지 업무가 각 공항별로 분산되어 운영되는 현재의 체계로는 전문적인 데이터 축적과 통합적 대응이 어렵다는 목격도 뒤따른다. 인력 충원이라는 단기적 처방을 넘어 항공기 설계 단계부터 엔진의 조류 흡입 내구성을 강화하고, 조종사의 비상 대응 훈련에 조류충돌 시나리오를 더욱 정밀하게 반영하는 등의 입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무안공항 참사 1주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안전을 대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다. 시설물의 재질을 바꾸고 인력을 보강하는 행정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교훈을 시스템 전체에 이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조사 기구의 독립적 운영을 통해 정치적·행정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또한 공항 안전 시설 개선에 대한 예산 집행과 실행력을 높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무안의 활주로에 멈춰 선 조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 안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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