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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전세 공급 절벽 심화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 진단

주민지 기자 | 입력 25-12-27 10:23



서울 주요 주거 지역의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며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매매 시장의 급격한 상승세는 저지했으나, 동시에 전세 공급 망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으며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주 여건이 우수한 학군지와 직주근접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기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 등 주요 주거 밀집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아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일대의 경우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가구당 불과 몇 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갭투자가 차단되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임대 목적으로 공급되던 신규 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기존 세입자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거주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 풀리는 순환 매물 자체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통계 지표 또한 이러한 현장을 뒷받침한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서울 강북 지역 14개 구의 전세수급지수는 162.7을 기록하며 2021년 전세 대란 당시 수준에 육박했다. 지수가 100을 상회할수록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는 의미임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은 공급자가 절대적 우위를 점한 비정상적인 구조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광화문과 종로 등 주요 업무 지구로의 접근성이 좋아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은평구 응암동 일대는 전세 호가가 1년 전 대비 수천만 원 이상 상승하며 임차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공 임대주택 시장으로의 수요 쏠림 현상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진행한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 입주자 모집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서 많게는 120대 1을 상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간 시장에서 적정 가격의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공 주택으로 대거 몰린 결과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여 대다수 구직자와 신혼부부들은 여전히 민간 시장의 고가 전세나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자치구에서 전세 물량이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진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만 소폭의 물량 증가가 확인되었으나, 이마저도 고가 매물에 편중되어 있어 일반적인 서민층 세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결국 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약 147만 원대로 집계되며 지난해 말보다 10만 원 이상 올랐다.

주거비 부담 증가는 실질 소득이 낮은 사회 초년생과 공무원 등 근로 소득자들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전세사기 우려로 인해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상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된 점도 아파트 전세 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다. 안정적인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 거주 희망 지역을 벗어나 외곽으로 밀려나는 주거 이동의 하향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서울 내 인구 유출과 저출산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 등 전문 기관들은 내년 서울 전세가가 매매가 상승 폭보다 높은 4.7%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 유동성과 금리 추이, 신규 입주 물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세 시장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임대차 시장의 공급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임대 공급 주체들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함으로써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전세 물량 자체가 소멸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 공급을 장려할 수 있는 유인책과 규제 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거주 의무 제도의 탄력적 운영이나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복원 등을 통해 민간 시장의 공급 활력을 되찾아주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와 같은 공급 절벽이 지속될 경우 전세 가격 상승이 다시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가격 연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의 보다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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