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저녁, 전남 해남에서 일가족 8명이 밀폐된 실내에서 숯불을 피우고 식사를 하던 중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빠른 신고와 구조 덕분에 전원 생명을 건졌으나, 명절 가족 모임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6일 해남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쯤 해남군 해남읍 복평리의 한 주택에서 "가족이 쓰러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현장에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 등을 보이며 쓰러져 있는 40대 A 씨와 14살 자녀 등 일가족 8명을 발견해 긴급 구조했다.
사고 당시 거실에는 고기를 굽기 위해 사용한 숯불 화로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추운 날씨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거실에서 숯불을 피우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가득 차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으로 이송된 일가족은 다행히 모두 경상으로 분류됐으며, 고압산소 치료 등을 받은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신고가 조금만 늦었어도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특성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특히 숯불이나 번개탄 등은 연소 과정에서 다량의 일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텐트나 집안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 반드시 창문을 열어 지속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캠핑이나 실내 파티 등에서 숯불 화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해남 사고는 설 연휴 가족들이 모인 화목한 자리에서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해남소방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겨울철 난방기구나 조리용 화기를 사용할 때 환기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