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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헌법 어긋났나"… 헌재 '재판소원 1호' 본격 심리 착수

김태수 기자 | 입력 26-05-05 10:43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다시 들여다보는 '재판소원'의 첫 본안 심리에 돌입했다. 헌재는 지난 4일 녹십자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심판회부 결정을 내리고 관련 통지서를 대법원에 발송했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안 심판 단계에 진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다. 앞서 녹십자는 백신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별도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동일 사안을 다룬 형사 재판에서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행정 재판의 결과와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녹십자 측은 상반된 판단이 존재하는 만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재판청구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헌재의 통지 과정에서는 기관 간 행정적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 송달을 통해 즉시 통지서를 수령했으나, 대법원은 제도 시행 두 달이 넘도록 전자헌법재판센터에 가입하지 않아 종이 문서가 담긴 등기우편을 기다려야 했다. 헌재는 기록 송달의 효율성을 위해 가입을 권고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전자망 연결을 미루고 있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답변서 제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기류가 읽힌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해야 한다는 '합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온 대법원 입장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 헌재에 추가 의견을 내는 행위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의견을 내지 않을 경우 청구인인 녹십자 측 주장을 중심으로 심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대법원에는 부담이다.

피청구인 명칭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헌재 심판 청구서에 '법원'이 피청구인으로 적시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견을 헌재에 전달할 방침이다. 대만이나 스페인 등 재판소원을 운영하는 해외 사례처럼 법원이 아닌 재판 상대방을 피청구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기소유예처분 취소 청구 시 검찰을 피청구인으로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심리는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4심'의 대상이 된다는 비판과 맞물려 사법 체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 자체의 위헌성이나 대법원 판결의 헌법 위배 여부를 심도 있게 다룰 경우 두 최고 사법기관 사이의 권한 경계는 재설정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는 앞으로 한 달간의 답변 기한이 주어졌다. 헌재가 재판소원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징성이 큰 사건을 본안에 올린 만큼, 대법원이 사법부 독립과 실질적 권익 구제 사이에서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심판 결과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 운영 체계의 존립 근거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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