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폭등하며 6900선을 돌파했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12% 오른 6936.99로 장을 마쳤다. 한 달 사이 지수가 30% 이상 치솟으며 1998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자 시장의 눈높이는 이제 7000선 너머를 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급등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추세적 우상향 곡선은 꺾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코스피 예상 상단을 7500선으로 제시했으며 삼성증권과 키움증권도 각각 7200선을 목표치로 상향 조정했다. 지수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보다 기업들의 이익 개선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지수 레벨업의 근거로 작용했다.
상승장의 중심에는 반도체 업종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순이익 전망치는 600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오히려 상쇄되는 구조다. 특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 계획을 일제히 높여 잡은 것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5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 전광판에는 빨간색 상승 화살표가 가득했다.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지수를 확인하며 반도체 대형주들의 등락을 살폈다. 일부 투자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시점을 묻기도 했으나 대다수 분석가는 반도체 주도주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지 않는 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꺾일 환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도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다. 지난 2~3월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익 전망에 대한 의구심으로 약 66조 원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4월 들어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실적 장세가 본격화되자 비워뒀던 한국 주식 비중을 다시 채우는 흐름이다. 한국 증시가 수익성 대비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는 인식도 자금 유입을 자극했다.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역시 증시 재평가 논리에 힘을 보탰다. 올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변동성을 키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유가가 다시 꿈틀거리거나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와 금리가 급등할 경우 외국인 수급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달 중순 예정된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결과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번 코스피의 6900선 안착은 단순한 수급 쏠림을 넘어 반도체 실적과 주주환원이라는 두 축이 맞물린 결과다. 향후 미국 금리 향방과 글로벌 AI 기업들의 실제 수익성 확인 여부에 따라 7000선 안착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