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원전담전문의제도의 운영 기준과 보상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한다. 전문의를 몇 명 배치했는지만 따지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간호사와 영양사 등이 참여하는 팀 기반 진료와 실제 입원 진료의 질 개선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향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입원전담전문의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가 병원의 인력 기준 충족과 수가 보전에 치우쳐 입원환자 진료의 질을 높인다는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현재 제도가 입원의 질을 관리하는 정책이라기보다 수가를 더 받기 위해 사람을 채용하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실제 입원의 질이 좋아졌는지를 확인하고 보상하는 체계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에 상주하며 입원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의다.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진료과 사이의 협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공의에게 집중된 입원환자 관리 업무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운영 기관과 인력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대한입원의학회에 따르면 2025년 8월 말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 가운데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운영한 곳은 60곳으로 28.4%에 그쳤다. 근무 중인 입원전담전문의는 370명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항목이 빠지고 정부의 건강보험 수가구조 혁신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병원들의 채용 동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입원의학은 정책 설계에서 밀려났다는 주장이다.
병원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배경으로는 낮은 수가와 경직된 운영 기준이 꼽힌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는 최근 대한입원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현재 수가가 원가의 절반 수준이라 병원이 신규 채용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지정 병동 업무에만 묶여 병원 전체의 환자 관리나 검사·시술 과정에 유연하게 참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병원마다 환자 구성과 인력 운영 방식이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제도의 활용 범위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를 교대로 배치할 수 있도록 운영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동 간호사와 전담전문의의 역할 분담, 내과계와 외과계 전문의가 수술과 시술 과정에서 협력하는 모델 등 병원별 운영 형태를 보상체계에 반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유 과장은 "병동을 보는 간호사와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 수술·시술 영역에서 외과계와 내과계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등 다양한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맞는 보상체계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단위도 입원전담전문의 개인에서 다학제 진료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일부 병원은 전문의와 간호사뿐 아니라 영양사 등 여러 직종이 참여해 환자의 치료와 퇴원 계획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런 팀 기반 진료가 입원 기간과 재입원률, 환자 안전, 진료 연속성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평가해 수가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단순한 인력 배치보다 실제 의료 결과를 중심으로 지원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대한입원의학회는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현실화와 통합관리 수가 신설, 의료질평가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반영, 병동 지정 규정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향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구체적인 수가 수준과 평가 지표를 두고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제도 개편의 핵심은 병원의 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인력만 채운 기관에 일률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데 있다. 정부가 연내 마련할 개선안에서 입원 진료의 질을 어떤 지표로 측정하고, 병원 규모와 진료 특성의 차이를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남은 쟁점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