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됐다. 노동계는 인상 폭과 도급제 노동자 적용 문제를, 소상공인 측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각각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5일 2027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시간당 1만320원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인상률은 3.7%다.
주 40시간 근무와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최저임금은 223만6300원이다. 올해 월 환산액 215만6880원보다 7만9420원 늘어난다.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업장에 같은 금액이 적용된다. 고용노동부 고시 내용
내년도 최저임금은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됐다. 노사가 최종안을 제출한 뒤 재적위원 27명 전원이 참여한 표결에서 사용자위원안이 15표를 얻었다. 근로자위원안은 11표, 무효는 1표였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달 16일 최저임금안을 고시하고 27일까지 이의제기를 받았다. 이 기간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가 서로 다른 이유로 재심의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은 데 반발했다. 물가 상승과 생계비를 고려하면 3.7% 인상만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이 적지 않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과 재심의를 요구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축과 폐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내용도 이의제기서에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의 규정 취지와 내용,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노사 어느 한쪽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재심의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올해도 양측의 요구가 모두 기각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금액이 그대로 확정됐다.
도급제 노동자를 위한 별도 최저임금도 이번 고시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에는 임금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정해지지 않는 노동자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심의를 마치며 올해 하반기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적용 대상과 결정 기준 등 현행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개선안을 마련해 다음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라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새 최저임금을 안내하고 법정 최저임금 준수 여부에 대한 지도·감독을 추진한다. 시간당 1만700원은 확정됐지만 도급제 노동자의 적용 방식과 영세 사업장의 지불 능력을 한 제도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는 다음 심의에서도 쟁점으로 남게 됐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