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들끓는 가운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가 "운영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실 에어컨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권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과 함께, 기후 변화 시대에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학교 예산 구조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7일이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던 인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교실을 포함한 학교 내 모든 에어컨 가동을 중단했다. 학교 측은 사전에 내부 회의를 거쳐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학부모들에게 통지까지 마쳤다고 밝혔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 학생들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들이 찜통 교실에서 더위로 고통받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긴급회의를 열어 하루 만에 에어컨 가동 중단 조치를 전면 취소했다. 학교 관계자는 "올해 학교 운영비가 지난해보다 5,700만 원가량 줄어 동절기 난방비까지 부족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으나, 학생들의 건강을 우선 고려해 교실은 정상적으로 냉방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예산 부족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교직원들이 근무하는 교무실과 행정실 등은 일정 시간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며 에너지 절약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비단 해당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선 학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의 여파로 전반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학교 운영비는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자율적 예산이어서, 공공요금이 급등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과 한파가 일상화되면서 냉·난방비 부담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학교 기본운영비 산정 기준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년간 반복돼 왔다.
인천시교육청은 논란이 불거지자 "학생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냉방을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각급 학교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앞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2025년 학교 기본운영비를 전년 대비 75억 원 증액 편성하며 혹서기 냉방비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이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교 운영비 산정 기준과 공공요금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인 예산 증액이나 '아껴 쓰라'는 식의 독려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학교의 예산 사정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