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이 요구한 3천5백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 선불 지급 요구에 대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부정적 여론은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등 정치적, 지역적 경계를 넘어 거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 국익이 걸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안 여론조사 결과, 미국의 선불 요구에 대해 '부당하다'는 응답이 80.1%에 달했다. '매우 부당하다'는 적극적 부정 응답이 61.4%에 달했으며, '대체로 부당하다'는 응답은 18.7%였다. 반면, '수용 가능하다'는 긍정적 답변은 12.4%에 불과했다.
리얼미터는 이러한 압도적인 부정 여론의 배경으로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지목했다. 동맹국 국민에 대한 이례적인 강경 조치 직후 나온 거액의 선불 요구가 국민들에게 단순한 협상 조건을 넘어 '협박성 요구'로 인식되면서 강한 반발 심리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익 수호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매우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여론의 일치가 두드러졌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부당하다'는 응답이 84.0%에 달했으며, 진보 성향의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에서도 84.8%가 같은 의견을 보여 사실상 영호남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