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시의 예산 삭감 정책을 두고 “왜 그렇게 어리석나”라고 언급한 발언이 정치권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김 총리는 11일 새벽 서울 구로구 인력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새벽 일자리 쉼터 관련 예산 약 1억 원을 삭감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듣고 “그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인데 왜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하느냐”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이게 몇 푼 되지도 않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은 유지를 시켜줘야 한다”며 “왜 그렇게 어리석게들 하나”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김 총리가 사실상 서울시의 정책 방향을 “잘못된 결정”으로 규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앙정부 수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는 “자치구별 사업 운영 성과의 편차가 커 구조 개선안을 마련 중이며, 내년에도 새벽 일자리 쉼터 사업은 계속 추진될 예정”이라며 “예산 삭감은 사업 중단이 아닌 효율화를 위한 조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총리의 발언이 행정 협력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김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정책 견해 표명을 넘어 정치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과의 미묘한 경쟁 구도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리석다”는 표현이 직설적이면서도 비판 강도가 높아 향후 두 인물 간 정치적 긴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민석 총리는 최근까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며 국정 운영에 집중해 왔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생각 없습니다”라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김 총리가 향후 수도권 선거 전략의 핵심 카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편, 김 총리 측은 “정책 효율성과 현장 지원의 균형을 강조한 발언이었을 뿐, 특정 기관을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총리의 공개 발언이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에까지 파급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앙과 지방의 관계 정립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