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며 겉옷이 두꺼워지는 늦가을,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이달 17일, 지난해보다 약 두 달이나 이르게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며 본격적인 유행기의 시작을 알렸다. 유행이 일찍 시작된 만큼 환자 발생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11월 초까지 예방접종을 마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시 통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40주차) 기준 외래환자 1천 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2.1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9.1명을 훌쩍 넘어섰다. 환자 발생 속도 역시 가파르다. 38주차 8.0명이었던 환자 수는 39주 9.0명, 40주 12.1명에 이어 41주차에는 14.5명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유행이 조기에 시작되고 늦게까지 이어질 경우, 상당한 규모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독감은 A, B, C, D형으로 구분되며 이 중 A형과 B형이 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특히 A형 독감은 계절성 유행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증상이 심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2009년의 신종플루(H1N1)와 최근 국내에서 주로 유행하는 H3N2 바이러스가 모두 이 A형에 속한다. B형은 증상이 비교적 약하지만 역시 유행을 일으키며 '빅토리아'와 '야마가타' 계열로 나뉜다.
독감은 단순한 감기와 달리 65세 이상 노인, 만성 심폐질환자, 당뇨 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의 계절성 독감 감염이 발생하며, 이 중 최대 65만 명이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하고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므로 매년 유행 바이러스에 맞춰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예방접종 후 방어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되며, 면역 효과는 6개월 정도 유지된다. 따라서 12월 환자가 폭증하는 시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1월 초까지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올해 독감 백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4가 백신이 아닌 3가 백신이 표준으로 권고된다는 점이다. WHO는 최근 몇 년간 B형 바이러스의 '야마가타' 계열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A형 2종(H1N1, H3N2)과 B형 1종(빅토리아)만으로 구성된 3가 백신을 다시 권고하고 있다. 항원이 하나 줄었지만, 임상 결과 3가와 4가의 예방 효과 및 중증 진행 억제 효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인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정 병·의원에서 3가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다만, '면역 노화'로 인해 일반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고령층은 항원 함량이 4배 높은 '고용량 백신'(사노피 '에플루엘다')을 유료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백신이 달걀을 이용한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만들어지므로,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NIP 대상이 아닌 일반 성인은 자비로 접종해야 한다. 올해 3가 백신의 유료 접종 평균 가격은 약 3만 8천 원 선에 형성되어 있으나, 병·의원에 따라 1만 2천 원에서 4만 원까지 가격 편차가 크다. 이는 독감 백신 접종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접종 비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건강e음'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조회' 서비스를 통해 병원별 가격을 미리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