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모두 집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 판사 관련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강제수사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며 본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법원에 청구한 영장 중 일부 기각된 영장도 있고 발부받은 영장도 있다"고 전제하며, "발부된 영장은 현재 모두 집행이 완료된 상태"라고 공식 확인했다. 다만 공수처는 구체적인 영장의 종류나 집행 대상, 확보한 증거물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수사에 속도를 빠르게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사 대상이 현직 부장판사라는 점과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수처의 강제수사는 지 판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 의혹은 지 판사가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사법부 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현직 판사, 특히 주요 재판의 재판장이 뇌물성 접대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대상이 된 것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크다.
특히 공수처의 이번 수사 진행은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와는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관련 진상 조사를 진행한 뒤 "징계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법원행정처장 역시 국정감사에서 이와 유사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대법원의 자체 감사 결과와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조사와 수사는 다른 개념"이라며 "조사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과 수사로 바라보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대법원의 내부 감사가 징계 여부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공수처는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한 뇌물죄 등 범죄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사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오동운 공수처장은 관련 질의에 "일부 영장이 기각되기도, 발부되기도 했다"고 답하며 "무리한 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임을 알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법원의 일부 영장 기각이라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까지 완료함에 따라, 의혹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수처가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다"고 표현한 만큼, 확보된 증거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