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내년 아파트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집값 상승에 따라 공시가격이 뛰면서 과세표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도 세금 폭탄이 현실화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20~40%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현행 69%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시세가 급등한 강남·성동·마포 등 주요 지역에서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내년도 예상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3억 원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올해 약 290만 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416만 원 이상으로 뛰게 된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 역시 올해 325만 원에서 453만 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서초 일대의 상승폭은 더 크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보유세는 올해 1,275만 원에서 내년 약 1,800만 원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올해 704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 부담 증가분 대부분은 종합부동산세에서 발생한다.
세무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결하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금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며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보유세 체감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토교통부는 오는 13일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 산정 방식과 현실화율 조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청회가 내년도 보유세 부담 완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집값이 오르면 세금이 늘어나는 역설이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중산층 세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