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 배상액 전액 취소라는 이례적 결과가 나온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판결 직후 지도부가 “20년 국가 시스템의 노력”이라고만 설명하며 개인 공로 언급을 배제한 점이 논란의 확산을 불러왔고, 당내 친한계에서는 “왜 이름조차 부르지 않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전액 취소 판정 발표 직후 잇달아 브리핑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판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동훈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사안이라는 평가가 이어져 왔음에도, 지도부는 그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특정 개인의 공로로 보기 어렵다”고 했고,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공무원들의 헌신을 가리고 본인만 내세우는 왕자병”이라며 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지도부는 전반적으로 “장기간 국가 시스템이 일군 결과”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개인 역할을 최소화하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침묵이 이어지자 친한계에서는 공개 반발이 터졌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도부가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볼드모트도 아니고, 홍길동도 아닌데 왜 이름을 못 부르느냐”고 직격했다. 그는 민주당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 한 전 대표를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야권만 이름을 금기어처럼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흐름을 두고 “야권이 놓칠 필요가 없는 호재를 스스로 외면한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론스타 전액 취소 판정은 정부·여당과의 공방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소재였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당 이슈를 확장하지 않았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한 전 대표 언급을 피하면서, 결과적으로 메시지 공백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한동훈 배제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지만, 지도부가 관련 현안에서 한 전 대표를 반복적으로 제외하면서 내부 기류가 왜곡되고 오해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당 메시지에서 특정 인물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흐름은 내부 역학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지도부의 최근 행보는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침묵이 단순한 메시지 조정인지, 의도된 거리두기인지 여부는 향후 정치 일정에서 분명해질 것”이라며 “론스타 판정 반응의 차이가 야권 내 구도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