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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보다 공보의부터 살려야”…지역 필수의료 인력난 해법 논쟁

김태수 기자 | 입력 26-06-12 16:29


 
지역 필수의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신설보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와 계약형 지역의사제를 먼저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는 실제 의사 배출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대책으로는 이미 운영 중인 공보의 제도를 되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학회 김유일 정책이사는 12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는 실제 인력이 배출되기까지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반면 공보의는 지금도 배출되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보의 확보만 제대로 돼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졸업생이 배출되기 전 상당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이사는 지역 필수의료 대책이 장기 제도 설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공의대 신설이나 의무복무형 지역의사제는 제도 도입 이후에도 교육과 수련, 배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공중보건의사는 이미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에서 활용돼 온 제도다. 문제는 지원 인원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신규 의과 공보의는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현역병과 공보의의 복무기간 격차가 공보의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줄었지만, 공보의와 군의관은 3년 이상 복무해야 한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의무사관후보생 대신 현역 입대를 선택하려는 흐름이 커진 배경이다.

김 정책이사는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대안으로 비장교 트랙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현역병 복무기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공보의와 군의관은 20년 전과 같은 3년 이상의 복무기간이 유지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 때문에 장교인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병이나 운전병 같은 특기병처럼 비장교 트랙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대 졸업생을 비장교 형태로 복무하게 하면 장교 복무 형평성 논란을 줄이면서 복무기간 단축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박재일 회장도 공보의 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요구했다. 박 회장은 “공보의 제도가 위기”라며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공보의 제도는 4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6개월인 공보의 복무기간을 최소 24개월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단순 복무기간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역 근무가 의사 개인의 경력으로 인정되고, 공공의료를 장기적인 진로로 선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섬과 의료취약지까지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려면 공공의료를 평생 경력으로 삼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10년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방식만으로는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형 지역의사제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전문의 취득 후 5년 이하 의사 등을 대상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 근무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올해 참여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김 정책이사는 계약형 지역의사제가 현재 활동 중인 의사를 지역으로 유치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당장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자체별 지원 조건과 근무환경 차이가 크고 재정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인력 유치 효과를 내려면 재정 투입과 제도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도 강제 배치 중심 정책보다 계약형 지역의사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봤다. 한 회장은 “환자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강제 배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유인과 설득,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필수의료 인력난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되기 어렵다.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이유를 만들고, 근무 이후의 경력 경로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장기 대책이라면, 공보의 복무기간 조정과 계약형 지역의사제 확대는 당장 손댈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논의의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지역의료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은 쟁점은 분명하다. 새 의사를 길러낼 것인지, 이미 배출되는 의사를 지역에 머물게 할 것인지, 또는 두 방식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다. 공보의 감소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유인책이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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