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당시 감사원 수뇌부가 대통령실에 자료 요구 공문을 보내지 말고 특정 업체를 대면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이 특검 수사에서 포착됐다. 특검은 구속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을 상대로 대통령실과의 연락 과정과 감사 축소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유 위원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를 진행한 실무진에게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자료 요청을 공식 공문으로 보내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문이 남으면 대통령실의 자료 제출 여부와 감사원의 요구 내용이 공식 기록으로 보존될 수 있다. 특검은 유 위원의 지시가 감사 대상 기관과의 연락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는 조치였는지 확인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한 조사 방식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감사 실무진은 관저 공사 수주와 시공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업체 관계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준비했으나, 유 위원의 지시 이후 서면조사로 변경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2023년 3월 대통령실 관계자가 유 위원에게 연락해 21그램에 대해 대면조사 대신 서면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업체 측에 대면조사 일정을 통보한 상태였지만 이후 별도의 출석 조사 없이 서면 답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이 대통령실 관계자를 직접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특검은 대통령실과 감사원 사이에 오간 통화 기록과 내부 보고 자료를 토대로 감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사 범위와 방식이 조율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유 위원이 국민감사 청구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국민감사 청구가 들어와 감사는 불가피하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 오히려 이번에 털고 가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은 이 발언이 단순한 절차 설명이었는지, 감사 결과를 미리 조정하겠다는 의미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는 참여연대가 2022년 공사 업체 선정과 계약 과정의 특혜 여부를 밝혀 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감사를 연장한 끝에 2024년 결과를 발표했지만, 21그램 선정 과정과 김 여사의 개입 여부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 없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하고 사무실 설계와 시공에도 참여한 이력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과의 계약 과정에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특검은 유 위원이 감사단의 조사 방식에 반복적으로 개입하고 감사 결과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유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감사위원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유 위원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특검 조사에 출석하면서 관저 공사 업체의 법규 위반 사항을 감사 결과에 반영했고, 전체 공사 가운데 일부 내용만 떼어 부실 감사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확보한 감사원 내부 문건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신 기록을 분석한 뒤 감사 실무진과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유 위원의 지시가 감사원 내부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실행된 것인지가 관저 이전 감사 무마 의혹의 책임 범위를 가를 핵심으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