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를 받고도 대상자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은 것처럼 기록해 사건을 종결한 제주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보완수사에서는 허위공문서 작성과 내부 시스템 허위 입력 등의 혐의가 추가됐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18일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경찰이 부 경장을 구속 송치한 지 17일 만이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접수된 30대 여성 장 모 씨의 실종 신고와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과 직접 연락하거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닿았거나 안전이 확인된 것처럼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 사건은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종결됐다. 부 경장은 신고자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통화기록을 비롯한 객관적인 자료에서는 부 경장과 장 씨가 연락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은 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장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관리 대상에서 삭제한 혐의도 받는다. 장 씨는 신고 104일 만인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농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 신고된 60대 남성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됐다. 부 경장은 실종자의 소재가 확인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끝냈지만, 해당 남성은 실종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이 장 씨 사건을 접한 뒤 같은 경찰관이 사건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신고하면서 허위 종결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부 경장의 개인 휴대전화와 업무용 휴대전화, 실종자들의 휴대전화, 사무실 일반전화 통화내역을 교차 분석했다. 그 결과 부 경장이 두 실종자와 통화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부 경장은 처음에는 실종자들과 직접 통화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자료가 제시된 뒤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위작공전자기록 행사와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추가했다. 실종 사건을 임의로 종결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과 공식 문서를 함께 조작한 정황을 공소사실에 반영했다.
부 경장이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처리한 사건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298건이다. 경찰의 전수점검에서는 최초 구속 사유가 된 2건 외에도 허위 처리가 의심되는 사례 25건이 추가로 파악됐다. 연락이나 소재 확인 없이 종결한 사건과 실종자 관리 목록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경찰 내부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장과 실종팀장, 팀원 등 8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대기발령된 상태다.
검찰은 실종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진행돼야 할 합동심의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연결된 업무가 담당 경찰관의 허위 보고에도 별다른 확인 없이 종결된 것이다.
부 경장에 대한 형사재판과 별도로 나머지 25건의 실제 처리 과정, 상급자들의 결재와 감독 책임, 실종 사건 합동심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위가 추가로 규명돼야 할 쟁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