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조작기소 의혹 특별검사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과 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검은 조작기소 의혹의 진상규명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과는 분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서 명백히 국회 측에 부탁드린다”며 “조작기소 특검의 권한 사항 중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 및 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논쟁이 벌어져 불필요하게 본질이 호도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항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수사·소추기관이 해당 의혹을 조사하면 공정성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악의적인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은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며 “국회가 신속히 특검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사건의 공소 유지나 취소를 특검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지 않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의혹은 독립적인 기구가 확인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는 전쟁 불개입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별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파견된 청해부대가 해적 등으로부터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임무를 강화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투 참여 목적의 파병과 수송로 보호 활동을 구분한 것이다.
최근 개각 과정에서 불거진 검증 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사 체계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도 있다”며 “그런 점까지 준비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도 대화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조정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초기 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북미 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은 사라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문제에는 공급 확대 방침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정부의 중심적인 과제”라며 건축 허가와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증시 급등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도입 과정에는 정책적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도입 당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면서도 정부 정책의 안정성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 사법부 독립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국가기관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독립 원칙을 직접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독립된 권한의 행사에는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외부의 압박이나 강요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권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특검법 조항 삭제를 공개 요청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조작기소 의혹의 조사 범위와 특검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기존 재판과 진상규명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 것인지가 특검법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