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고 중앙회 감사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3일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주도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진행에 반발해 퇴장했다. 농협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농협법 개정안을 심사·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진행했다.
이번 개정안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와 여당의 농협 개혁안을 반영해 지난 3월 11일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4월 28일 소위에 처음 상정된 이후 일곱 번째 심사에서 의결됐다. 발의 약 8개월 만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 변경이다. 현행 중앙회장 선거는 회원조합의 조합장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치러지지만, 개정안은 2028년 선거부터 개별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지역 농축협을 회원으로 하는 조직이다. 지역 농축협의 조합원들이 중앙회장 선거에 직접 참여하면 선거권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직선제는 중앙회장 선출 과정에 일반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취지다. 반면 야당은 중앙회의 법적 회원이 지역 농축협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회장을 개별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 조직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선거비용도 쟁점이다. 조합장 중심의 선거에서 전국 조합원이 참여하는 선거로 전환할 경우 투표 관리와 선거운동, 선거사무 등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확대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위 심사 과정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 내부 감사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개정안은 농협감사위원회를 중앙회와 분리해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독립 감사기구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조직 신설에 필요한 준비기간을 고려해 우선 중앙회 내부에서 분사 형태로 운영한 뒤 2년 이내 독립법인으로 전환하는 단계적 방식이 논의됐다.
농협 측은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높이되 중앙회 내부에 분사 형태로 두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안에는 별도 법인 설립을 전제로 하는 방식이 반영됐다.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정부의 관여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감사기구가 중앙회에서 분리되면 내부 조직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외부 추천 인사의 참여 방식에 따라 감사기구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농림법안소위 의원들은 법안 처리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의사진행에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 추천 인사가 농협 주요 인사추천기구에 참여하고 별도 감사법인에도 외부 추천 인사가 들어가면 농협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것은 회원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을 "관치농협법"이라고 규정하며 감사권과 인사권을 통한 정부 개입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이 농협과의 협의를 근거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협이 별도 감사법인 신설과 정부의 감사 관여 확대 등 주요 사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농협과의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농해수위 전체회의 상정 중단을 요구했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한국4-H중앙본부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는 2일 성명을 내고 농협의 운영체계와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제도 개편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3일 성명을 통해 농협 개혁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치권 중심으로 입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농업계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며 폭넓은 공론화와 숙의를 요구했다.
농협 개혁을 둘러싼 논의는 중앙회장 선거 방식뿐 아니라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관계, 감사조직의 독립성, 정부의 감독 권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공동 이익을 위한 조직인 동시에 금융과 경제사업을 포함한 범농협 조직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앙회장의 선출 방식과 감사기구의 구성은 조직 운영과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특히 중앙회장 직선제는 일반 조합원의 참여 확대라는 취지와 회원조합 중심의 법적 조직체계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권자 확대에 따른 관리비용과 선거운동 규정, 후보자 검증 방식 등도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감사기구 독립 역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설치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감사위원의 추천과 선임 절차, 예산 편성, 감사 결과의 처리 권한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독립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이 전체회의 상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농업인단체도 추가 논의를 촉구하면서 후속 심사 과정에서 선거제도와 감사기구 설치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
농협법 개정안의 다음 쟁점은 조합원 직선제에 따른 선거비용 부담과 별도 감사법인의 인사·운영 독립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다. 여야 합의 없이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어떤 내용으로 심사될지 주목된다.
김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