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국민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집단 구금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필요시 내가 직접 워싱턴으로 가 미국 행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혔다. 6일 긴급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은, 동맹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 당국의 이례적인 단속 방식에 정부가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현지시간 4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사법기관이 '미국 되찾기 작전'이라는 명칭 하에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하며 발생했다. 이 작전으로 현장 근로자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나 상용(B1/B2) 비자로 입국해 건설 현장 업무에 투입된, 즉 방문 목적과 다른 노동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태 직후 우리 정부는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 인력을 현장에 급파했으며, 5일 밤까지 본사 파견 인력 등 약 30명이 우선 석방 조치됐다. 하지만 여전히 270여 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은 조지아주 폭스턴 이민 구금 시설에 수용된 상태다. 특히 미 당국이 단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이들을 고용한 한국계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비자 사기 및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형사 수사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6일 조현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정당한 권익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의 "워싱턴행" 발언은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외교부 장관이 자국민 구금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상대국 수도를 방문해 행정부와 협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현재 현지 한인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꾸려 구금된 국민들에 대한 영사 접견과 법률 조력을 제공하는 한편,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미 행정부에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칠 것을 강력히 촉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