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에게 양도소득세를 파격적으로 면제해 주는 강도 높은 외환 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에 따르면, 내달 중 신설되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통해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사서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1인당 매도 금액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속도'다. 정부는 달러의 국내 유입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 내에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전액 면제하며, 2분기에는 80%, 3분기 이후 하반기에는 50%를 감면한다. 조기에 달러를 환전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수록 더 큰 세제 혜택을 주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감면된 세액을 추징하는 조건을 달아 단기 투기가 아닌 실질적인 자본 유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보유 달러의 유입도 독려한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비과세) 비율을 현행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여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자금을 적극적으로 국내로 들여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며 안심하고 국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한 개인용 외환 선물환 상품도 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는 외환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전 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과 대책 발표가 맞물리며 장중 한때 1458원대까지 급락했다. 이는 지난 한 달 사이 최저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 내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고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서학개미들의 차익 실현 욕구와 맞물려 단기적인 달러 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세제 지원이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매력도를 높이는 대책이라기보다 외환 수급 조절을 위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급변동을 잡으려는 정부의 파격적인 "당근책"이 실제 대규모 자금 유턴으로 이어져 외환시장 안정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