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홍 감독은 18일(현지시간)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이번 신작 상영회에 참석해 전 세계 평단 및 관객들과 마주했다.
[장편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그녀가 돌아온 날"은 연기 활동을 재개한 여배우 배정수의 하루를 담아낸 흑백 영화다. 그간 홍 감독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온 배우 송선미를 필두로 조윤희, 박미소, 하성국, 신석호 등이 호흡을 맞췄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참여해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홍 감독은 특유의 작업 방식을 언급하며 창작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홍 감독은 지루하고 긴 제작 과정을 견디기 위해 보통 명성이나 자본 같은 동기가 필요하지만 자신은 그런 유혹에 무관심하다고 선을 그었다.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거나 수백만 달러를 벌겠다는 목적 설정 자체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 홍 감독은 자신의 작업을 "대상이 먼저 존재하는 화가의 작업"에 비유했다. 거창한 의도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삼기보다, 눈앞에 놓인 인물과 풍경에서 즉흥적으로 길어 올린 순간들을 정제해 나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재확인한 셈이다. 상영관을 채운 관객들은 감독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집중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번 초청으로 홍 감독은 "도망친 여자"부터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에 이르기까지 7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초청된 파노라마 섹션은 독창적인 형식과 강렬한 서사를 통해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영화적 경향을 탐구하는 부문으로 평가받는다.
영화제 기간 중 현지 배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홍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이번 흑백 영상에서 더욱 극대화됐다는 평이 나왔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들과 대비되는 홍 감독만의 담백한 문법이 베를린의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유효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며, 홍 감독의 신작 "그녀가 돌아온 날"은 영화제 일정을 마친 뒤 올해 상반기 중 국내 극장가에서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매년 꾸준한 작업량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홍 감독의 행보가 국내 흥행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외 평단은 여전히 홍 감독에게 우호적이지만, 국내에서는 김민희와의 사생활 및 제작 협업 방식에 대해 여전히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평가와는 별개로 홍 감독은 자신만의 속도로 창작 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