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청년 지원 예산을 43조3000억원으로 늘린다. 출생과 양육부터 교육, 취업, 주거, 자산 형성, 혼인까지 지원을 연결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한 사람이 34세까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최대 1억9582만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투자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내년도 청년 관련 재정투자는 43조3000억원으로 올해 28조2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 53.5% 증가한다. 정부는 일자리·창업의 성장·이동 사다리 복원과 교육·주거·자산의 출발선 격차 완화, 생활·문화 등 삶의 질 지원에 재정을 집중한다.
정부가 청년 재정투자를 크게 늘린 배경에는 취업 지연과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있다. 올해 7월 기준 20·30대 "쉬었음" 인구는 65만1000명으로 2016년 같은 달보다 24만명 증가했다. 고령층과 청년층의 자산 격차는 2012년 2.4배에서 2024년 3.9배로 벌어졌다.
정부는 개별 사업으로 흩어졌던 청년 지원을 출생부터 34세까지 성장 단계에 따라 연결한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는 2027년 지방우대지역에서 첫째로 태어나 부모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00%인 경우다. 이 조건에서는 18세까지 최대 1억4057만원, 34세까지 최대 1억9582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억9582만원이 모든 청년에게 지급되는 현금은 아니다. 출산·양육과 교육, 취업, 주거, 자산 형성 등 여러 정책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합산한 최대 금액이다.
취업 지원은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한다.
정부는 "K-뉴딜 아카데미"를 통해 5만명의 직무역량을 높이고 "대학생 첫경력 프로젝트"에는 6만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 등이 청년을 채용하면 연간 720만원 수준의 채용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제 취업까지 연결한다.
프리랜서처럼 기존 고용체계에서 경력을 공식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웠던 청년을 위한 "(가칭)커리어뱅크"도 추진한다. 프리랜서 경력과 자격 증명 등 다양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취업 과정에서 경력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창업을 선택하면 교육부터 투자 유치까지 연결하는 "청년 창업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창업 초기에는 월 보험료의 60~80%를 지원해 휴업이나 폐업 이후에도 다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대학생에게는 인공지능 활용 비용도 지원한다. 대학생의 AI 서비스 공동 구독을 지원하고 전공과 AI 교육을 결합한 "X+AI 전환 교육과정"을 새로 만든다.
지역 대학 지원도 확대한다. 지방 국립대에는 전액 장학금을 신설하고 지방 사립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장학금 지원 인원을 현재 4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린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공임대 공급 방식도 손본다.
정부는 새로 공급하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의 50% 이상을 청년층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원 한도를 높인 "청년 보편형 전세주택"도 새로 공급하고 청년월세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도 확대한다.
자산 형성 지원은 출생 직후부터 시작한다.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해 아동기부터 부모와 정부가 함께 자금을 적립한다.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청년 기회자금"을 공급하고 취업 준비를 위한 거치기간에는 이자를 면제한다.
청년미래적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 소득공제도 자산 형성 지원책에 포함됐다.
군 복무 청년에게는 "병내일준비적금"을 통해 월 최대 55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납입액의 100%를 매칭한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사회에 복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목돈을 만드는 방식이다.
취약 청년 3000명에게는 맞춤형 일경험을 제공한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 청년 6000명에게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참여할 수 있는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문화 지원 범위도 넓어진다. "청년문화패스"는 기존 공연·전시·영화·도서에서 체육 분야까지 확대하고 "모두의 카드"에는 청소년 유형을 신설한다.
결혼과 출산 지원은 세액공제 중심에서 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한다.
혼인·출산·입양세액공제와 저출생 관련 현금성 사업을 개편해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게 생애 한 차례 100만원을 지급하는 "혼인지원금"을 신설한다.
2027년 7월부터는 "아이맞이지원금"을 도입해 출산 때 자녀 수와 지역에 따라 1000만~2000만원을 1년 동안 네 차례로 나눠 지급한다.
"아동기본수당"도 같은 시기 도입할 계획이다. 0~1세는 가정보육 여부와 지역에 따라 월 최대 60만원, 2~12세는 월 최대 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정부안에 담겼다.
청년이 자신에게 해당하는 정책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도 줄이기로 했다. "온통청년"과 "고용24" 등 플랫폼에서 정책 검색과 신청을 연결하고 AI를 활용해 개인별로 이용 가능한 정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구축한다.
재원에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해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이 투입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와 창업, 주거, 자산 형성 등에 기금 재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43조3000억원 규모의 청년 투자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2027년도 예산안을 기준으로 한 계획이다. 지방국립대 전액 장학금과 공공임대 공급, 혼인지원금, 아이맞이지원금 등 상당수 사업은 내년 시행을 전제로 한 만큼 국회의 예산 심사와 관련 법령 개정 과정에서 최종 지원 대상과 규모가 결정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