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로비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동기 문제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최고위원이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한 인물이라며 조모 씨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자 한 의원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사실상 공개했다"며 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박 최고위원은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의원이 제기해 온 식약처 로비 의혹의 제보 경위를 거론하며 "한동훈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은 권성동·국민의힘 등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조모 씨"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조 씨가 이른바 브로커로 지목된 양수진 씨 등과 사업을 진행하다 손실을 본 뒤 투자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씨가 식약처 로비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국민권익위원회와 식약처, 대검찰청 등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제보 동기를 둘러싼 주장도 내놨다. 박 최고위원은 조 씨가 양 씨에게 사적 교제와 금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앙심을 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이는 박 최고위원 측의 주장으로, 조 씨의 반론이나 수사기관의 판단을 통해 사실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박 최고위원은 조 씨가 양 씨 등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지 못한 뒤 관계 기관에 신고해 공익제보자 지위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 씨와 관련한 사정을 알고도 공익제보자로 지정해 수사 과정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의 최종 목적이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까지 겨냥하는 데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최고위원은 "검찰은 식약처와 김승원 의원을 엮어서 최종적으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겨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향해서는 감찰을 요구했다. 한 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하거나 협조하는 검찰 내부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관련 자료가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최고위원이 "공익제보자의 인적사항을 사실상 공개하고 원색적으로 비방했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 의원은 자신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한 인물을 공익제보자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자료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자 "저는 제보자를 지킬 것"이라며 공개 요구를 거부해왔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와 문자메시지 등의 입수 경로를 문제 삼고 있다. 검찰 내부 협력자가 없다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이를 "수사자료 유출" 문제로 규정하며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한 의원은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거나 검찰과 협력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날에는 김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한 의원 측 제보자로 특정 인물을 직접 지목하면서 새로운 쟁점이 생겼다. 박 최고위원이 공개한 인물이 실제 한 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한 당사자인지, 해당 인물이 법률상 보호 대상인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공개된 발언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의혹 검증에서 시작된 논란은 검찰 수사자료 유출 여부에 이어 제보자의 신원 공개 문제까지 확대됐다. 제보 내용 자체의 진위와 별개로 자료가 어떤 경로를 거쳐 한 의원에게 전달됐는지, 제보자 보호 규정이 이번 공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추가로 확인돼야 할 사안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