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주택시장을 압박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꺾였다. 서울의 분양전망지수는 93.9까지 내려갔고 전국 지수도 80선 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분양가격과 미분양 물량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9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86.3으로 전월보다 6.9포인트 하락했다.
분양전망지수는 주택사업자들이 앞으로 분양시장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분양경기를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사업자가 더 많고 100을 밑돌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수도권도 일제히 내려갔다. 수도권 전체 지수는 88.5에서 84.0으로 4.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97.3에서 93.9로 3.4포인트 떨어졌고 인천은 80.6에서 74.1, 경기는 87.5에서 83.9로 낮아졌다. 서울과 인천, 경기는 두 달 연속 모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서울이 100선 아래에서 추가로 하락한 배경에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대출 여건은 실제 계약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비수도권의 하락 폭은 수도권보다 컸다. 비수도권 분양전망지수는 94.2에서 86.8로 7.4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 차이도 컸다. 전남은 88.9에서 60.0으로 28.9포인트 급락했고 제주는 100.0에서 75.0, 경남은 100.0에서 81.8, 강원은 91.7에서 80.0으로 내려갔다.
반면 부산은 72.2에서 82.4, 대구는 78.3에서 86.4로 상승했다. 충남은 83.3에서 84.6, 대전은 93.8에서 94.4로 소폭 올랐다. 전국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지역별 분양 여건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이미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이 부담이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약 2만9000가구 가운데 약 85%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출 부담과 주택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신규 분양에 대한 사업자들의 판단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분양시장 전망은 나빠졌지만 분양가격은 반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졌다.
9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2포인트 상승한 108.8을 기록했다.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서 분양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사업자가 더 많았다.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비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수요자의 자금조달 여건은 악화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 91.0에서 105.9로 14.9포인트 뛰었다. 한 달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반면 앞으로 시장에 나올 분양 물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88.1에서 97.1로 9.0포인트 상승했다.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여름철 미뤄졌던 사업 일정이 다시 시작되는 데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입주시장에서도 자금조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7.6으로 전월보다 6.8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100.0에서 90.6으로 9.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실제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59.5%에 그쳤다. 미입주 사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잔금대출 미확보"로 37.2%였다.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31.4%, 세입자 미확보가 15.7%로 뒤를 이었다.
분양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커졌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자의 자금 사정은 오히려 빠듯해지고 있다. 분양전망과 입주전망은 동시에 하락한 반면 분양가격과 미분양 전망은 상승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실제 청약과 계약, 잔금 납부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분양시장의 다음 변수가 됐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