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주최한 국회 집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얼굴을 영정 형태로 만든 인쇄물이 등장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극우 세력 준동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며 이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 의원 측은 영정 형태의 인쇄물은 주최 측이 아닌 개인 참가자가 가져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된 행사는 지난 1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민이 심판한다! 국민대회"다. 이 의원은 최근 자신이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토론회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발언과 함께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북한군 개입설 등이 거론됐다. 이 의원은 자신이 앞서 개최한 5·18 관련 토론회를 언급하며 "국회 도서관에서 5·18 토론회를 연 것이 5·18 정신 모독입니까?"라고 말했다.
집회장 한쪽에는 이 대통령의 사진을 검은색 액자와 리본으로 둘러싼 영정 형태의 인쇄물도 세워졌다. 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영정 형태로 제작한 인쇄물이 국회 경내 집회에 등장하면서 논란은 5·18 관련 발언을 넘어 정치적 표현의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번졌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을 향해 "또다시 국회를 극우 세력 준동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한 원내대표는 집회에서 선거 관련 주장과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이 나왔다고 지적한 뒤 이 대통령의 영정 형태 인쇄물이 등장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그는 "현직 대통령의 영정을 집회에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안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 후안무치한 사람을 이대로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 의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 제명안에 국민의힘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서미화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 영정 형태 인쇄물의 등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영정 형태로 표현한 행위가 정치적 표현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면 이 의원 측은 영정 형태의 인쇄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설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언론에 "주최 측이 세운 것이 아니라 개인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참가자가 가져온 인쇄물인 만큼 이를 이 의원이나 주최 측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 의원이 집회를 주최한 당사자인 만큼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해당 인쇄물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회사무처도 공식 입장을 냈다. 사무처는 이번 행사에서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명예훼손이 반복되고 국회가 극단적 혐오와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 국회는 국민의 대표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뜻을 모으는 공간이라며 국회 경내에서 열리는 행사 역시 국민의 눈높이와 국회의 품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이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5·18 관련 토론회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불거졌다. 당시에도 행사에서 제기된 일부 주장들을 놓고 5·18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의 영정 형태 인쇄물까지 등장하면서 국회 경내 집회의 허용 범위와 행사 관리 책임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국회사무처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 국회 경내 행사와 집회에 어떤 관리 기준을 적용할지가 후속 논의의 대상이 됐다.
김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