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 인공지능(AI) 관련주 변동성에 노출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주는 강세를 이어갔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코스피는 주간 기준 소폭 하락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피는 6,894.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주보다 15.68포인트, 0.23% 하락한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827.12로 마감해 전주보다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1,383.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와 국제유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5%를 웃돌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졌고,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투자자별 수급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8조7627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도 2713억원을 팔았다. 기관은 8799억원 순매수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기타법인의 순매수 규모도 크게 나타났다.
외국인의 매도는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약 3조4372억원, 삼성전자를 2조6341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와 넷마블, 두산 등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는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 등이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78% 올랐다. 미국 반도체주 상승세가 국내 증시의 하단을 지지했지만, 국내에서는 외국인 차익 실현과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번 주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는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I와 무역, 희토류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AI 기술 통제, 희토류 공급망 문제가 국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업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협상 진전 기대가 커지면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수 있지만, 규제 강화나 갈등 재점화로 이어질 경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종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칩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기업의 공급망과 수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AI 개발 속도가 제한될 경우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석 연휴를 앞둔 수급 공백도 변수다. 연휴 기간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늘리기보다 회담 결과와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을 확인한 뒤 대응하려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하락했지만 S&P500과 나스닥은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했지만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의 실적 기대와 미국 기술주 강세가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 수급과 금리, 유가, 미·중 회담 결과에 따라 등락이 좌우될 전망이다. 추석 연휴 전까지는 뚜렷한 상승 방향보다 주요 이벤트를 확인하려는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한영 기자